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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하남 검단산(2017.11): 슬픈 현충탑

by AOC 2017.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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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으로 산행을 다닌 지 몇 년 되었지만 산을 찾는 기간은 매년 4월 말부터 10월 말까지였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늘 그러했다. 며칠 전 구입한 윈드자켓을 걸쳐입고 처음으로 11월 첫 날 검단산으로 향했다.

 

 

 

 

지난 달 상강(霜降)에는 텅 비었던 주차장이 가득 차 있었다. 검단산을 바라보니 그럴 법도 했다. 가을빛이 완연한 검단산을 마주한 건 처음이었는데 늦가을 검단산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품위가 있었다. 산 정상에서 20% 정도 아래로 단풍이 내려와 있었는데,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그 위세가 자못 대단할 듯 싶었다.

 

 

 

 

주차장에는 자동차들이 가득했지만 정작 등산로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가을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떨어진 낙엽이 길에서 나뒹구는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정상에는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파라솔이 서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스크림을 먹을 시기도 아니어서 검단산 주차장 입구에서 사온 청송 사과주스를 들이켰다. 정상의 시계(視界)는 좋지 않았지만 가을 분위기는 완연했다.

 

 

 

 

곱돌저수지 백일홍은 아직까지도 지지 않았다. 늦가을의 싸늘함에 다소 변색됐지만, 한창 때의 화려함을 여전히 엿볼 수 있었다.

 

 

 

 

지난 번 산행 때처럼 까마귀들이 등산로 주위에 많이 모여있었다. 먹을거리가 부족해서 등산객들이 먹다 버린 음식 때문에 내려오는 건 아닌가 싶다. 까마귀 무리가 모여 울어대는데 그 소리가 『까악까악』이 아니라 『아악아악』처럼 들렸다.

 

 

 

 

현충탑 앞의 벚나무. 벚나무가 장미과라는 건 처음 알았다. 요즘 현충탑 앞을 지날 때면 마음이 무겁다. 봄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새가 있었겠는가. 가을단풍을 감상할 여유가 있었겠는가.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와 한겨울의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를 버텨가며 제 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사라져 간 이들의 소망은 소박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분들의 숭고한 노력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선대(先代)의 얼과 희생을 평가절하하고, 심지어 북괴군에 맞서 맨주먹으로 맞선 분들을 『이 나라의 통일을 방해한 원수』라고 비난하거나 서울시 한복판에서 『나는 공산주의자』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분노마저 느낄 수 없다. 오늘따라 현충탑이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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