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사곡리 말세우물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작년에 괴산 산막이옛길 탐방을 마치고 들르려 했던 곳이지만 아쉽게 그러질 못했다. 증평 사곡리 말세우물에서 초정약수원탕까지는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드디어 세계 3대 광천수에 몸을 담궈볼 수 있게 되었다.
초정약수는 몰라도 일화의 "맥콜"은 알 텐데 맥콜 공장이 초정약수원탕 인근에 있다. 맥콜은 초정약수로 만들어진다고 일화에서 홍보하긴 하는데 실상은 알 길이 없다. 세종대왕이 이곳에서 60여일간 머물면서 고질병이었던 안질을 고쳤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초정약수는 미국의 샤스타 광천수, 영국의 나포라나스 광천수와 함께 세계에서 수질이 가장 좋은 3대 광천수로 손꼽힌다. 어중이떠중이가 정한 게 아니라 세계 광천학회에서 선정한 것이다. 광천수(mineral water)는 라듐·칼슘·칼륨·철분·마그네슘 등 광물질을 미량 함유한 물을 뜻하는데 25℃ 이하의 냉천(冷泉)이 일반적이다.
초정약수의 유래 및 효능
《동국여지승람》 청주목 산천조에 「초수는 청주 동쪽 39리에 있은데 그 맛이 후추와 같다. 이 물에 목욕을 하면 몸의 병이 낫는다」라고 씌어 있다. 《충청도읍지》 청주목 산천조에 「초수는 일명 초정이다」라고 적힌 것으로 보아 조선 초기에는 초수라고 부르다가 조선 후기에 초정으로 부르게 된 걸로 추정된다.
초정약수는 노화세포를 자극하여 체내기능을 활성화하고 혈압을 정상화하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 체질로 바꾸는 체질개선효과에 탁월하며, 류머티즘·관절염·피부병·소화불량·위장병·당뇨병·고혈압·안질·숙취 등에 효과가 있다.
초정약수원탕 앞에 비교적 넓은 주차공간이 있지만 내가 갔을 때에는 가득 차 있었다. 언뜻 보기에 늘 그러할 것 같다. 길 건너편에 어마어마하게 넓은 비포장 공터가 있으니 그곳에 차를 대면 된다. 대신 차가 지나갈 때마다 서부영화에서나 봄직한 흙먼지가 사방으로 휘날린다.
목욕비는 일반인 7천원, 소인(1~6세) 4천원인데 경로할인은 없다. 여탕에는 수건을 무려 『두 장』이나 준다. 한 장만 주는 온천이나 목욕탕이 얼마나 많은가. 욕탕 입구 신발장에 신발을 보관하고 신발장 열쇠로 옷장을 열고 잠그는 시스템이다. 건물 외관처럼 내부도 노후화한 티가 역력하지만 나름대로 관리가 잘 되었다. 화장실도 낡았지만 깨끗하다. 탈의실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욕탕이 있다.
소형 수영장이 있을 정도로 욕탕은 큰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레인이 여러 개 있는 정도까진 아니다. 좌석 샤워기와 입식 샤워기도 개수는 충분하지만, 좌석 샤워기는 샤워기 옆의 버튼을 손으로 누르고 있어야 물이 나오는 타입이라 불편하다. 샤워기나 수영장의 물은 초정약수가 아닌 것 같고 "약수원탕"이 별도로 존재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초정약수는 냉천(冷泉)이며 수온은 대략 17℃다. 하루종일 추위에 떨었는데 손을 넣어보니 물이 얼음장 같았다. 일단 온탕에 들어가서 몸에 온기를 회복시킨 후에 약수원탕에 들어갔다.
이곳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 중 하나가 약수원탕에 들어가면 남자의 국부(局部)에 통증이 온다는 것이다. 이 점을 상기하며 들어갔는데 별 반응이 없어서 방심하던 찰나 국부를 압박하는 느낌에 당황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지 않고 잠시 후에 사라진다.
노천탕도 있다. 히노끼탕 등 몇 개의 테마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을 자주 갈아주지 않는지 물 위에 불순물이 많이 떠다니는 걸 보고 바로 나왔다.
약수원탕에는 세 번 들어갔다 나왔는데 들어갈 때는 차갑지만 일단 들어가면 몸에서 열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약수원탕에 부착된 약수 성분표에 따르면 광물질들 중에 라듐 함유량이 매우 높았다. 라듐은 방사능 물질인데 온천수로 사용될 때에는 괜찮은 건지 궁금하다. 목욕탕 밖에는 초정약수를 무료로 받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약수물 뜨는 곳 왼쪽 너머에는 일화 공장이 보인다.
초정약수의 탄산성분은 예전에는 대단했는데 약수를 많이 끌어올려 쓰다보니 탄산성분이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경북 의성 탑산약수온천의 탄산효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