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감악산(坡州 紺岳山)은 경기 오악 중 하나이다.
경기 오악: 가평 화악산, 과천 관악산, 개성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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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의 보편적인 산행루트는 원점회귀코스이다.
: H(거북바위휴게소)→C(범륜사)→A(정상)→C(범륜사)→H(거북바위휴게소)
원점회귀코스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D(운계능선)→A(정상)→C(범륜사)→H(거북바위휴게소)→D(운계능선) 루트를 택했는데 돌이켜보면 잘못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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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지점을 찾는 것부터 순탄치 않았다. 도로 공사 때문에 주위가 다 파헤쳐져 안내판도 주차장도 없었다. 어림짐작으로 주차한 후에 교각 사이로 걸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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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로 가고 있는지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저멀리 입간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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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등산로 입구를 찾았다. 입구부터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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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지점으로 올바로 들어섰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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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여기저기에서 과일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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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다니면서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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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곳곳에 적절히 배치된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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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봉 부근의 소나무
원하는 구도를 연출하기 위해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서 금강송 십여 그루를 멋대로 베어버린 사진작가가 불현듯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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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봉에 설치된 대형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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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봉에서 바라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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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봉에서 바라본 적성면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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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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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의 통신회사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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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설치된 안내판. 등산로 입구에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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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정상에는 새김글이 없는 묘한 비석이 있다. 감악산 빗돌대왕비, 설인귀 사적비, 진흥왕순수비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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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석에는 다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 비석은 원래 경기도 양주시 남면 황방리 입구 간파고개에 있었는데 비석 앞을 지날 때에 반드시 예를 갖춰야만 고개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고 만일 무시하고 지나가면 화를 입었다고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비석 앞에서 늘 예를 갖추고 몸가짐을 삼갔지만 이런 사정을 알지 못했던 다른 지방 사람들은 비석 앞을 무심코 지나갔다가 횡액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감악산 산신령께 제(祭)를 올린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집에서 기르고 있는 소(牛)를 빌려달라고 하였다.
다음날 마을 사람들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꿈에서 소를 빌려준 사람들의 소들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고 꿈에서 소를 빌려주지 않았던 사람들의 소들은 죽어 널브러져 있었으며 간파고개에 있던 비석은 감악산 정상에 옮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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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푯말을 카메라에 담고 下山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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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임꺽정봉에 다다른다. 산봉우리의 형상이 매를 닮아서 매봉재 또는 응암봉(鷹巖峰)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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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밑에 굴이 있는데 그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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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하산 지점 사이의 완만한 길을 따라 펼쳐지는 View는 춘천 삼악산에 비견할 만했다. 날씨가 좋으면 임진강까지 시계(視界)가 트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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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져 있던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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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본격적인 하산 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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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바위가 많아 조심조심 내려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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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더미에 길이 막혔다. 바위더미 오른쪽에는 길이 없었고 왼쪽 아래로 길이 나 있었다. 이정표가 없었으므로 아무런 의심 없이 왼쪽 아랫길로 내려갔다.
10여분 내려가다가 문득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 주변에 막걸리병·과자봉지 등이 상당히 많이 버려져 있었다. 등산객들이 오갔던 흔적이었으므로 다소 안심이 되었다.
10여분 더 내려가자 무성한 풀숲에 막혀 길이 사라지고 말았다. 바위더미 있는 곳까지 돌아가는 데에 40여분이 걸렸다.
원점으로 돌아와서 아까 마주했던 바위더미를 기어 올라가니 바위더미 뒤에 길이 나 있었다. 허탈하고 피곤했다. 아랫길의 쓰레기는 바위더미 뒤에 난 길을 걷던 등산객들이 아래로 내던진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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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더미 너머부터는 습하고 그늘진 길이었다. 얼굴에 끊임없이 날아드는 날파리들을 손으로 계속 쫓아야만 했다. 춘천 삼악산 하산길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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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숲에서 범륜사까지는 약 2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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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륜사
너무 피곤해서 절을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 내려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진정한 고비가 남아 있었다.
범륜사에서 산 아래로 내려가는 아스팔트 도로는 상당한 급경사여서 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심하게 쏠렸다. 하체에 잔뜩 힘을 줘야만 했기에 너무 피곤했다. 산행 구간 중 가장 힘든 곳이었다. 이쪽으로 진입했더라면 산에 오르기도 전에 체력이 방전됐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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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감악산 관리소에 겨우 도착했지만 주차했던 곳까지 20~30분 거리였다. 인도(人道)와 갓길이 없어 차도(車道)로 이동해야 했는데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대형트럭들 때문에 걷는 내내 불안했다.
경기 오악 중 둘을 올랐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떠났다.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다.
2016/07/11 - [여행] - 포천 운악산(2015.06): 경기 오악의 으뜸
2016/07/12 - [여행] - 춘천 삼악산(2015.07): 깔딱고개와 333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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