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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양구 전주식당(2015.04): 우리나라 최고의 두부

by AOC 2016.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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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최고의 두부

 

강원도 양구에 '전주식당'이라는 국내 최고의 두부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면(麵)만큼이나 두부에 집착하는 사람으로서 여태껏 수많은 두부집을 순례해 왔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두부의 맛과 식감에는 불가피한 한계가 존재했다.

 

국내 최고라는 도발적인 호칭으로 세간에 오르내릴 정도라면 절대적인 맛과 식감을 가진 두부를 만들어 낸다는 건데 다른 두부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두부는 있어도 독보적으로 우월한 두부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직접 먹어보고 판단할 일이었다. 이곳은 매일 새벽마다 일정량의 두부만을 만드는데 만든 두부가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식당 개점시각에 도착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하였다.

 

 

 

 

 

 

2. 이른 도착, 양구 종합운동장

 

양구·인제·화천은 한때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히던 곳들이었지만 2009년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서울에서 춘천까지는 서울춘천고속도로로, 춘천에서 양구까지는 국도로 이동하였다. 개점시각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9시에 도착하였는데 서울에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주식당 간판

 

 

 

 

뜻밖에도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의 착한 식당 2호점이었다.

 

 

 

 

전주식당은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가마솥으로 두부를 만든다.

 

 

 

 

장작 옆에는 완성품 같기도 하고 미완성품 같기도 한 나무조각들이 있었다. 개점까지 한 시간 가량 남아 있었기에 식당 옆 '양구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4월 양구의 아침 공기는 쌀쌀했지만 탄산수처럼 상큼했다.

 

 

 

 

양구 종합운동장 주변꽃밭은 관리가 잘 돼 있었다. 앵초꽃이 인상적이었다.

 

 

 

 

양구 종합운동장의 트랙을 네댓 번 돌았더니 개점시각이 되었다. 청정한 공기 덕분인지 심신이 상쾌해졌다.

 

 

 

 

 

 

3. 전주식당 둘러보기

 

식당 안쪽마당의 한쪽 벽에 방송사진과 신문기사가 걸려 있었다. 속칭 '맛집'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진정한 맛집'인지 '코스프레 맛집'인지 곧 알게 될 터였다.

 

 

 

 

부엌, 화장실, 여러 칸의 방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었다.

 

 

 

 

벽지는 여기저기 찢겨져 나갔고 식당 비품들은 장식품들과 뒤섞여 있었다. 두부구이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주문하였다.

 

 

 

 

 

 

4. 유일무이한 두부

 

반찬은 단출했지만 정갈했다. 메인 요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퀄리티였다.

 

 

 

 

돼지고기 김치찌개

별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찌개의 맛이 그윽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쫀득한 식감의 두부, 시큼하면서도 아삭한 김치, 누린내 없는 돼지고기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조미료 없이 이런 맛을 낸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국물은 아무리 떠먹어도 질리거나 텁텁하지 않았다. 밥을 두 공기 반이나 먹었는데도 식욕이 가라앉지 않았다. 극한의 중독성을 지닌 찌개였다.

 

 

 

 

두부구이

겉에 참기름이 발린 두부구이는 매우 두껍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었다. "국내 최고의 두부 맞아?" 하며 두부구이를 한 입 베어 물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두부 겉면은 부드러움과 아삭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모순적이지만 실제 그러했다. 그 당시의 느낌을 언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부드러움의 극단과 아삭함의 극단을 연결한 직선의 중간점에서 아삭함 쪽으로 두 칸 이동한 느낌이었다. 우연히 이렇게 구워졌을 경우도 상정했지만 나머지 두부의 식감도 첫 두부의 식감과 똑같았다.

 

겉면보다 더 놀라운 건 겉면 아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쫀득하고 탱탱할 수밖에 없는 일반 두부구이와는 달리 이곳 두부구이의 속은 푸딩처럼 부드러워서 씹는 맛이 아니라 넘기는 맛을 음미해야 했다.

 

두부구이를 먹는 내내 최고급 미디엄레어 스테이크가 떠올랐다.

 

 

 

 

두부구이 단면

 

국내 최고의 두부집이라는 호칭에는 일체의 과장이나 거짓이 없었다. 매일 삼시 세끼마다 먹고 싶은 이상적인 두부를 만난 날이었다.

 

주차는 식당 앞 골목 또는 양구 종합운동장 길가에 하면 된다.

 

상호: 전주식당 │ 주소: 강원 양구군 양구읍 하리 95-82 │ 영업: 10:30~20:00 │ 휴무: 둘째·넷째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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