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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타

스타벅스 서머데이 쿨러 그린: 전장터에서 획득한 스타벅스의 아이덴티티

by AOC 202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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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언제부터인가 사이렌 오더를 할 때마다 e프리퀀시가 적립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프리퀀시를 모으면 "뭔가"를 준다는 것 같았는데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식의 프로모션은 있었지만 희한한 음료를 몇 잔 이상 마셔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었고 사은품도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지. 몇 장 사용하지 않은 "핑크" 다이어리는 몇 년 째 책꽂이에서 홀로 사색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6월 말쯤이 되어서야 프로모션이 무슨 내용인지 확인하게 되었다. 필수 음료가 프라푸치노와 블렌디드네? 필수 음료 조건은 이미 채운 상태였고 나머지 14잔의 음료도 얼마 남지 않았다. Go for it!

 

7월 초에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다. 사은품은 두 종류.

1) 서머 데이 쿨러: 스타벅스 버프를 받은 아이스 박스

2) 서머 나이트 싱잉 랜턴: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탑재된 램프

 

랜턴을 선택할까 했는데 얼마 전에 JBL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입했으므로 서머 데이 쿨러로 결정. 여유로운 표정으로 근처 스타벅스를 찾았다.

 

"사은품 받으러 왔는데요."

"예약하셨나요?"

"?"

 

스타벅스 앱에서 사은품 종류, 수령일, 수령장소를 지정한 후 와야 한단다. 스타벅스 프로모션 사은품 받는 게 어째 순탄하다 싶었다.

 

그날 오후 앱에서 사은품을 신청하려는데, 어라, 되질 않네? 다음 날 아이스라떼를 마실 겸 스타벅스를 다시 찾았다.

 

"사은품 신청이 안 되던데요?"

"아…. 요즘 사은품 신청하시는 고객님들이 많아서 잘 안 될 거예요. 아침 일찍 해 보세요. 사은품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나중에는 못 받으실 지도 몰라요."

여직원이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알려주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에서 나는 지금껏 평화롭게 거닐고 있었던 거네? 스타벅스 앱이 오픈되는 아침 일곱 시마다 A10의 30mm 발칸포를 능가하는 클릭질이 난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 일곱 시에 알람을 맞췄다. 사은품 신청 때문에. 알람을 맞출 때 헛웃음이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일곱 시에 앱을 켰더니 대기자가 99999명. 화면 중앙에 대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돌더니 앱이 튕겼다. 재접속했더니 향후 며칠 간 집 근처 매장의 모든 재고가 바닥났다는 메시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 사은품이었지만 승부욕이 일었다. 2~3일 간 일곱 시에 앱을 켜고 무한 대기하다가 절망적인 메시지를 받는 루틴을 반복했다.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에 잠에서 깬 어느 날, 무심한 마음으로 앱을 켰다. 평소보다 대기자 수가 적었다. 희한하네…. 그래도 힘들겠지.

 

사은품 신청 화면이 갑자기 나타났다. 잠시 멍해졌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찬찬히 신중히 조심스럽게 사은품을 신청했다. 색상은 오로지 그린만 선택 가능. 이 와중에 수령장소를 고민하고 있다니! 자주 가던 곳으로 지정.

 

사은품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가슴이 웅장해졌다.

 

 

 

 

▲ 스타벅스 매장에 갔더니 사은품 신청에 대해 알려 준 여직원이 쿨러를 가져다 주었다. 나와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지금까지 받았던 사은품 중에 포장 퀄리티가 제일 좋았다. 상자 촉감은 까끌까끌하지 않고 반들반들했다. 지난 며칠간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세이렌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개봉 이후 교환·반품이 불가하다는 경고. 그런 걱정을 할 하등의 이유도 없는 스타벅스의 노파심일 뿐. 이 고생을 해서 받았는데 교환? 반품? Don’t worry. 약간의 스크래치도 너그러이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쿨러의 사양과 주의사항이 빼곡이 적힌 스티커. 재질은 PP. 무게는 1.7KG. 4월 제조. 제조국은 중국 어쩔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싫다. 나는 개인이오!

 

 

 

 

▲ 상자에 선으로만 그려진 쿨러 전면

 

 

 

 

▲ 상자 개봉. 스티로폼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쿨러를 들어 올렸더니 커팅 보드가 판도라의 상자의 "희망"처럼 바닥에 남아 있었다.

 

 

 

 

▲ 서머 데이 쿨러. 컬러는 서머 그린. 스타벅스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담아낸 아이스 쿨러 박스라고 스타벅스는 말한다. 노을 지는 태양의 핑크빛을 입힌 서머 핑크가 부럽지 않았다.

 

외관 재질과 색상은 합격. 잠금 장치의 내구성도 괜찮아 보였다. 상자 우측 하단에는 세이렌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희미한 웃음과 함께.

 

 

 

 

▲ 쿨러 뚜껑에는 "STARBUCKS"가 음각 처리되어 있다. 이 글자 하나 때문에 평범한 쿨러가 한정판으로 바뀌는 것인가. 손잡이 중간의 고무 그립은 1~2년 쓰면 떨어져 나갈 게 확실해 보였다. 그래도 별 상관은 없을 듯.

 

 

 

 

▲ 쿨러 후면은 별다른 꾸밈 없이 깔끔하다. 쿨러가 전반적으로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고나 할까? 1회용 데코레이션 스티커도 있었는데 쿨러에 붙일까 하다가 버렸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니까.

 

 

 

 

여행 다닐 때에 음료와 과일을 넣어 자동차 뒷자리에 두면 딱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스타벅스가 없으니 여행 출발 전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두어 잔 사서 쿨러에 넣고 다닐 생각이다. 이번 스타벅스 사은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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