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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집

화천 동구래마을(2015.04):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by AOC 2016.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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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관광정보와 블로거들의 리뷰에 의하면 동구래마을은 아름다운 야생화와 소박한 공예품이 어우러진 '야외 화랑'이었다.

 

 

동구래마을은 내비게이션에 등록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동그랗다'에서 유래한 마을 이름은 씨앗과 꽃의 동그란 모양을 뜻한다고 한다.

 

 

 

 

동구래마을 입구

 

 

 

 

마을 진입로 포장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마을도 여기저기 작업 중인 곳이 많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인지 휴가철 대비 정비작업에 돌입한 듯했다.

 

 

 

 

동구래마을의 사계(四季) 안내판

 

 

 

 

마을 입구 바람개비

 

 

 

 

온실로 올라가는 길 양옆에 공예품과 야생화 들이 가득했는데 레이아웃이 어수선하고 무질서해 보였다.

 

좋게 말하면 소박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도자기공방과 카페가 있는 건물이다. 현수막의 멋들어진 서체가 인상적이었다.

 

 

 

 

처음 보는 꽃이었는데 모양과 색깔이 고왔다. 마을주민들에게 꽃 이름을 물어봤는데 다들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온실

 

 

 

 

도자기공방 건물 앞 연못

 

 

 

 

도자기공방 건물 뒤를 들여다 보았다. 특별한 건 없었다.

 

 

 

 

올라갈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할미꽃이 내려오는 길에 눈에 띄었다. 꽃 전설은 모두가 왜 슬프고 애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미꽃 전설

 

세 딸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

어미의 청춘을 자양분 삼아 예쁘게 자라난 세 딸은 각기 좋은 집안으로 시집을 간다.

어미는 베이고 갈라진 손을 들어 떠나는 딸들을 배웅한다.

 

새로운 삶의 행복에 취한 딸들은 어미를 한 번도 찾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노쇠할 대로 노쇠한 어미는 더 이상 홀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참담하고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들뜬 마음으로 큰딸에게 찾아간 어미.

어색한 웃음으로 어미를 맞이한 큰딸.

사나흘이 지나자 어미를 박대한다.

 

어릴 때부터 쌀쌀맞던 첫째는 달라진 게 없구나.

둘째는 사납긴 했어도 잔정이 많았는데.

달빛마저 흐린 밤에 어미는 큰딸 집을 몰래 떠나 둘째 딸을 찾는다.

 

어미 생각과는 달리 둘째 딸은 잔정이 많으면서 사납다.

찾아온 어미에게 푼돈을 쥐어주며 빨리 가라고 길길이 날뛴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어미랑 평생 오손도손 함께 살겠다고 약속하던 셋째.

시집가던 날 훌쩍이며 어미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던 셋째.

나를 받아줄 자식은 오직 셋째뿐이었거늘.

 

어미는 셋째 딸 집 대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아니, 차마 두드리지 못한다.

집 주위를 맴도는 어미의 기척을 느낀 걸까. 셋째 딸이 집밖으로 슬며시 나온다.

이 어미를 잊지 않았구나.

어미의 얼굴이 반가운 마음에 보름달처럼 빛난다.

 

셋째 딸은 담 너머에서 주춤주춤거리는 어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래, 어미다. 어서 대문을 활짝 열고 이 어미 품에 와락 안기렴.

셋째 딸은 어색하게 살짝 웃고나서는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셋째 딸은 제 어미의 얼굴마저 잊어버린 것이다.

어미는 셋째 딸 집의 뒷고개로 올라간다.

어미의 심장은 녹아내리고 어미의 폐는 한숨으로 가득찬다.

 

어미는 자신이 세 딸을 행여 원망할까봐 마음을 꽉 부여쥔다.

셋째 딸 집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땅에 무너져내린 어미.

그 자리에서 피어난 한 떨기 할미꽃.

 

 

꽃에 얽힌 수많은 전설 중에서도 할미꽃 전설이 특히 애달픈 이유는 '정형의 파격' 때문이다.

 

첫째 딸과 둘째 딸로부터 버림받은 홀어머니가 셋째 딸에게서 위로를 받을 거라는 안이한 기대를 할미꽃 전설은 여지없이 깨뜨려 버린다.

 

어미를 냉대했어도 얼굴만큼은 기억하던 첫째·둘째와는 달리 어미의 존재를 아예 잊어버린 셋째 딸은 사람의 마음을 참 불편하게 만든다.

 

동구래 마을은 아늑하고 아기자기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꽃 이름과 공예품 제목이라도 표기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숲으로 다리를 서둘러 떠나 찾아온 보람은 없었다. 다시 이곳을 찾지는 않을 것 같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이날 하루 동안 둘러본 곳이 양구 전주식당, 화천 꺼먹다리, 화천 미륵바위, 화천 붕어섬, 화천 숲으로 다리, 화천 동구래마을 총 여섯 군데였다.

 

빠듯했지만 알찬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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