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맛집

인천 국제공항 소문笑門(2022.09): 알탕 돌려줘!

by AOC 2022. 9. 14.
반응형

2년 전 이 무렵 인천 국제공항.

 

아침 식사를 위해 공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소문笑門」이라는 식당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한식과 경양식을 파는 곳이었는데, 별다른 기대 없이 알탕을 주문했다.

 

아……. 정말 맛있는 알탕이었다.

 

조미료가 희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칼칼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은 감동이었다.

 

알은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국물 아래에 잠겨 있던 알을 계속 건져내면서 무한 루프에 빠진 것 같았다.

 

지난 2년 동안 「소문笑門」의 알탕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알탕 한 그릇 먹으러 인천국제공항까지 간다?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동할 때마다 그 마음을 억누르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될 게 없었다.

 

그래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국제공항의 맛집 재방문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은 자주 올 일이 없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올 때마다 주차장에 찾아 들어가는 게 영 쉽지 않다.

 

지하주차장의 "존재"까지는 알겠는데 주차비와 진입로에 확신이 없었다. 예전처럼 지상에 있는 장기주차장에 주차했다. 흐린 날이라 햇빛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우한폐렴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런 국면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 같진 않았다.

 

공항 내부는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비어 있는 벤치가 태반이었다. 2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광경이었다.

 

 

 

 

2년 전 기억을 되살려 소문(笑門) 쪽으로 향하는 길에 발견한 「송탄 영빈루」. 얼마 전 을지 트윈타워에서 식사했던 곳이다. 짬뽕과 탕수육이 괜찮았던 곳이지만 잡념을 털어내고 목표를 향해 직진.

 

 

 

 

「버거킹」 등장. 공항이 하나의 거대한 푸드코트처럼 느껴졌다. 외국인 손님 비율이 높았다. 예전에는 정말 애정했던 버거 브랜드였지만, 쉐이크쉑 버거와 셀레브리티 버거를 접한 이후 관심을 끊었다.

 

 

 

 

공항 망하는 건가? 몇 년 전, 문재인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나라가 한동안 시끌벅적했는데…. 정규직은 많아지고 할 일은 줄고. 그 통찰력이 대단하다. 미국 소도시의 여유로운 공항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의 연속.

 

 

 

 

옛 기억을 더듬어 「소문(笑門)」 도착. 전문 식당가에 있었구나. 「명가의 뜰」은 새로 입점한 건지 그때에도 있었던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오무토 토마토 Omuto Tomato」는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식당이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식당에는 손님이 많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알탕을 주문했다.

 

식당 인테리어는 약간 바뀐 듯했다. 2년 전에는 창가 자리에 앉았었는데 파티션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알탕 등장! 이유를 알 수 없는 미묘한 이질감은 무엇?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 보았다. 2년 전 맛인지 긴가민가했다.

 

국물을 한 숟갈 더 떠먹어 보았다. 2년 전 그 맛이었다. 진작 올 것을.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때에는 알만 있었는데 지금은 동태가 들어있었다.

 

동태도 물론 좋은 음식 재료다.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지난 2년간 그리워했던 것은 순수하게, "알"만으로 구성된 순도 100%의 알탕이었다.

 

왜 바뀐 걸까?

 

알 값이 비싸서? 알만 넣지 말고 동태도 넣으라는 고객의 건의 때문에?

 

이유는 알 길이 없었지만, 예전의 알탕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내용물에 대한 사소한 불만은 있었지만, 국물은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왔다.

 

시원하고 칼칼하며 산뜻하면서도 경쾌한 맛.

 

2년 전 그 맛은, 기억 보정이 적용되지 않은, 왜곡이나 오차 없는 맛의 정확한 체내 기록이었다.

 

 

 

 

단출하지만 맛깔나고 깔끔했던 반찬들

 

 

 

 

알탕 클리어. 그냥 가기가 허전해서 함흥식 물냉면을 추가로 주문했다. 맛은 일반 냉면집에서 판매하는 것과 대동소이했다. 알탕만큼의 만족감은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뒤늦게 메뉴판을 뒤적여보았다.

 

아뿔싸! 「알탕정식」이 「동태알탕정식」으로 둔갑해 있었다.

 

「1편만한 속편은 드물다」라는 영화계의 격언이 있다.

 

1편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듯하다. 아니, 돌아가야 한다.

 

 

 

 

「소문(笑門)」으로 가던 길에 보아두었던 「시나본 Cinnabon」. 계피를 첨가한 도넛 가게였다.

 

비주얼만 보면 영락없는 칼로리 폭탄이었다. 애플크럼블시나본과 카라멜피칸시나본 구매.

 

 

 

 

「호호밀」. 라면 가게였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이성적(?)이었다. 다음에는 아침 일찍 공항에 와서 아침식사는 「소문(笑門)」에서, 브런치는 「호호밀」에서, 점심식사는 「오무토 토마토」에서 해야겠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의 완승이었다.

 

스타벅스에는 주문 순번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여럿이었지만, 투썸플레이스는 매장마저 한산했다.

 

참고로, 이곳 스타벅스에서는 사이렌오더가 되지 않았다. 아이스 카페라떼 받아들고 주차장으로.

 

 

 

 

「시나본」에서 구입한 두 개의 도넛 시식. 강렬한 비주얼만큼 달지 않아서 의외였다. 도넛이 모두 뻑뻑해서 칼로 자르자 무질서하게 부서져 내렸다.

 

「꼭! 데워 드세요」라는 문구를 다 먹고 난 후에 발견했다. 상온에 보관했더라도 전자레인지에서 30초는 데웠어야 했는데…. 나중에 인천국제공항에 가게 되더라도 또 사 먹진 않을 것 같다.

 

 

 

 

🔊🔊🔊

1. 알탕정식에서 동태알탕정식으로의 다운그레이드

2. 국물의 fantastic함은 변함 없음

3. 인천국제공항에 맛집이 왜 이리 많음?

반응형